작품 소개

류지선 <리플리랜드1>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53x46cm (10호), 2014

렌탈요금: 39,000 원/월

구매가격: 구매불가

Curator's Note

현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누구나 꿈꾸는 곳이기도 한 ‘유토피아(utopia)’. 류지선 작가는 과일을 소재로 한 일련의 작품들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이야기한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탐스럽게 영근 과일들이 보인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과 줄기에 사과가 아니라 포도나 다른 과일이 열려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종(異種) 결합’을 통해, 물질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자연의 질서나 소비자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유전자를 조작하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현실이 유토피아가 아니라 오히려 지옥 같은 디스토피아(dystopia)에 가깝다는 깨달음과 반성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결코 정신적인 황폐함을 가려 줄 수 없다는 작가의 따끔한 메시지가 연작이 지닌 화려한 색감만큼이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추천 이유

‘리플리’는 하이스미스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에요.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는 재벌의 아들인 친구를 죽이고,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면서 숱한 거짓말을 하게 되지요. 이처럼 현실을 부정하고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기에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리켜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리플리는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보듯, 리플리컨트(replicant), 곧 복제 인간과도 연관이 있어요. 유전자 복제,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등으로 대표되는 과학 기술의 성과로 현대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현실보다는 가상의 세계에 더 익숙해졌지요. 류지선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여, 현실을 모방한 가상 세계에 매료되어 현대 사회의 병폐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관심해진 세태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눈 덮인 산과 열대 과일이 공존하는 풍경을 통해, 유전자 복제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지요. 가로가 조금 긴 10호짜리 그림이라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