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강희 <해 질 녘>

장지에 채색, 55x55x15cm (변형 30호), 2013

렌탈요금: 99,000 원/월

구매가격: 2,400,000 원

Curator's Note

수영장 복장의 사람이 검은 배경 사이를 헤엄치며 얼굴을 내민다. 꼭꼭 숨어 간신히 흔적만 내보이기도 한다. 싱그럽고 화려한 색감의 식물 사이를 유영하는 이들은 진지하게 헤엄에 골몰할 따름이다. 이강희 작가는 바로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일상의 탈출구로 찾은 곳에서 우리는 또 한데 모여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풍경을 만든다. ‘수영장’은 그 대표적 공간이다. 유니폼처럼 같은 복장을 하고 정해진 경계 속에서 차례를 맞춰 비슷한 몸놀림을 하며 좁다란 공간을 오간다. 이강희 작가는 이러한 모습에서 사회 속의 몰개성적인 측면과 익명성의 측면을 읽어 냈다. 작품 속에는 현대인의 방황과 고독이 짙게 담겨 있다. 그러나 강렬한 색채 대비와 위트 있는 인물 표정 덕분에 작가의 고발은 무겁지 않게 가슴을 울린다.

추천 이유

별처럼 아름다운 꽃 물결을 가르며 헤엄치는 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이 마냥 눈부시지는 않습니다. 검은 배경과 화사한 꽃잎이 가져오는 색상 대비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지며, 표정은 읽을 수 없으나 홀로 물결을 가르는 이의 모습에서는 쓸쓸함이 배어납니다. 세상에 던져진 채 방황과 절망,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이 잘 담겨 있죠. 작가의 상상으로 빚어 낸 장면은 무척 낭만적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현실의 메시지는 다소 처연한, 이중적 측면이 담겨 있기에 작품을 보고 돌아서 또 들여다보게 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캔버스 옆면의 두께가 15cm인 box형태로 제작된 반(半) 입체 작품으로, 이강희 작가 주장한 것처럼 ‘닫힌 공간’이 블록처럼 떼어진 듯한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공간을 세련되면서도 특색 있게, 위트와 상상을 놓치지 않고 꾸미려 할 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